정유미 (Jung Yu Mi) 프로필+인터뷰+사진들

정유미  (Jung Yu Mi, チョン・ユミ, 鄭有美)

출생: 1983년 1월 18일

출신지: 대한민국, 부산광역시

학력: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

신체: 168cm, 42kg 

혈액형: B형

가족: 1남 1녀 중 첫째

데뷔: 2004년 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

소속사: 매니지먼트 동행

사이트: 다음 팬카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가능성을 선보인 정유미는 지난 2005년 영화 <사랑니>로 제2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자연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앙 다문 입 안에 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은 그녀가 <가족의 탄생>에서 그 입을 열고 사랑이 넘쳐,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채현’으로 탄생한다. 

대배우들의 틈 속에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안정된 연기를 펼친 그녀가 충무로에 신선한 봄바람과 함께 단비를 내릴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경력:

[드라마]

2007년 MBC 주말드라마 《케 세라 세라》 ... 한은수 역

2010년 KBS 드라마 스페셜 - 《위대한 계춘빈》 ... 계춘빈 역

2012년 tvN 월화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 ... 주열매 역

2013년 KBS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 ... 정주리 역

2013년 tvN 월화드라마 《연애조작단; 시라노》 ... 특별출연

2013년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 ... 21화 특별출연

2014년 KBS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한여름 역

[영화]

2004년 -《폴라로이드 작동법》... 선아 역

2005년 -《달콤한 인생》... 미애 역

2005년 -《사랑니》... 아역 조인영 역

2006년 -《가족의 탄생》... 채현 역

2007년 -《좋지 아니한가》... 하은 역

2008년 -《네 번째 시선》... 특별출연

2009년 -《첩첩산중》... 미숙 역

2009년 -《오이시맨》... 특별출연

2009년 -《그녀들의 방》... 구언주 역

2009년 -《차우》... 변수련 역

2009년 -《10억》... 김지은 역

2009년 -《카페 느와르》... 선화 역

2009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유신 역

2009년 -《굿모닝 프레지던트》... 특별출연

2010년 -《내 깡패 같은 애인》... 한세진 역

2010년 -《옥희의 영화》... 옥희 역

2010년 -《조금만 더 가까이..》... 은희 역

2011년 -《도가니》... 서유진 역

2012년 -《다른 나라에서》... 원주 역

2013년 -《우리 선희》... 선희 역

2013년 -《깡철이》... 수지 역

2013년 -《맨홀》
2014년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 일호/환상커플녀 역 (목소리) 

[기타]

2007년  제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멜로 부문 명예 심사위원

수상:

2005년 제2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자연기상 《사랑니》

2006년 제4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분 여자신인연기상 《사랑니》

2006년 제47회 테살로니키 국제 영화제 여우주연상 《가족의 탄생》

2006년 제27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가족의 탄생》

2010년 KBS 연기대상 여자 부문 특집ㆍ단막극상 《드라마 스페셜 - 위대한 계춘빈》

2011년 제33회 황금촬영상 최우수 여우연기상 《내 깡패 같은 애인》

2011년 제20회 부일영화상 여우 주연상  《옥희의 영화》

2013년 제14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자 우수연기상 《우리 선희》
2014년 KBS 연기대상 네티즌상,베스트 커플상,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우수상

• [우리 선희]는 얼마 동안 촬영했나요?

  그게… 만날 이렇게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요.(웃음) 6회차 촬영에 3~4번 나갔나? 그랬을 거예요.

• 그러고 보면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 배우들이 출연하고 싶어 할 만해요. 짧은 회차니 부담도 없으니까요.

  사실 저는 더 짧게 촬영한다고 해서 들어간 거였어요. "넌 두 번만 나오면 돼" 이러셔서. 홍 감독님 영화에 출연하는 게 참 좋긴 한데, 자주 하다 보면 왠지 나중에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주인공이면 안 하겠다고 그랬는데, 주인공은 아니래요. 그렇게 촬영에 들어가서 몇 개월 뒤 제목을 들었는데 [우리 선희]래요. 으아아~ 기쁜 것보다 정말 부담스럽더라고요. 많지는 않아도 또 홍보하고 그래야 할 상황이 올 텐데…. 아니나 다를까 지금 예상했던 상황이 온 거예요.

• 주인공을 하고 싶지 않다는 건, 단지 홍보의 부담 때문인가요?

  그걸 포함해서, 그냥 욕심일 수도 있죠. 지금 2년 간격으로 계속 홍 감독님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데, 그게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중에 못하게 될 것 같은 불안감?(웃음) 내 입장에서는 좀 아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홍 감독님 영화에 출연한 게 벌써 여섯 편째거든요. [첩첩산중](2009)이나 [옥희의 영화](2010)도 있었고, 많은 관객들이 보진 않았지만 [리스트](2011)란 단편영화에도 출연했고요. 이른 나이에 너무 많이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가끔 이런 얘길 하면 감독님은 "바보 같은 소리"라고 하세요.(웃음) "뭐, 또 할 수 있을 때 하면 되지. 넌 무슨 그런 생각을 해? 다른 배우들은 안 시켜줘서 난리인데"라면서.

• 낯간지러운 표현이지만, 이제 홍상수 감독의 '뮤즈' 혹은 '페르소나'란 말을 써도 되지 않나 물어보고 싶었는데요.

  절대! 그런 거 정말 싫어요. 물론 감독님 영화를 찍는 건 좋지만 '페르소나', '사단' 이런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또 배우가 다른 걸 할 수도 있잖아요. 이런 기회를 꾸준히 갖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말에 갇히다 보면 사람들이 계속 그렇게 볼 것이고, 그로 인해 생기는 오해와 편견이 생길 수도 있어요. 굳이 왜 그런 말을 만들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 [우리 선희] 포스터에는 출연배우 네 명이 있는데, 정작 영화에는 세 남자가 걸어가는 장면만 나와요. 따로 촬영한 건가요?

  네. 창경궁에서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후 찍어본 거예요. 사실 그게 마지막 촬영인지도 몰랐어요. 날씨도 좋고 궁도 예쁘잖아요. 우리는 포스터도 따로 찍는 건 아니니까, 혹시 모르니 이렇게 해보자 해서 찍은 스틸들 중에서 고른 거예요. 옷도 좀 갈아입고.

• 정말이지 세 남자들은 어디서 그런 패션을….(웃음)

  제 패션은 어떻고요! 다 감독님께서 골라주신 옷들이에요. 제 친구는 정재영 선배님 보고 계속 웃었대요.

• 사실 이번 영화에서는 정재영 씨가 제일 궁금했어요. 언뜻 홍상수 감독님 영화와는 잘 연상되지 않았는데, 함께 연기하면서는 어땠나요?

  김상중 선배님, 정재영 선배님, 이민우 선배님 모두 이번에 처음 만나본 분들이에요. 정재영 선배님은, 제가 예전부터 진짜 그분 연기를 좋아했거든요. 사실 모든 배우들이 그래요. 만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가 이번에 우연히 같이 하게 되었는데, 그냥 거기 있었던 사람들 같아요. 항상 홍 감독님 영화를 같이 찍었던 분 같은 거예요. 분명 새로운 사람이긴 한데, 굉장히 편했어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같이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대사를 정말 (생활에서 쓰는) '말'처럼 하잖아요. 그게 참 신기한 거예요. 대본을 아침에 봤을 텐데, 어쩜 그렇게 실제 말처럼 하는지. 어떤 걸 해도 알아서 받아주시니, 저도 모르게 리액션이 나오게 되더라고요. 단 며칠이었지만, 배우로서 큰 공부가 되었죠.

  
  
• 대본이 아침에 나오기 때문에, 일단 대사를 외워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을 거예요. 그 가운데서 어떻게 생활 연기를 끌어내나요?

  사실 완벽하게 외우고 갈 수도 없어요. 그럴 시간도 안 주시고. 감독님은 "가서 해보자. 가면 돼"라고 하시는데, 슛 들어가기 직전까지는 정말 대본을 못 놓겠어요. 초반에는 대사를 몇 번 까먹기도 했는데, 정말 되긴 돼요.(웃음) 그게 참 신기해요. 감독님이 만들어준 대사 안에서 직접 해보니 리듬감이 생기는 것 같고. 오히려 몇 번 해보면 잘 외워져요. 완벽한 이해라기보다, 상황에 대한 대강의 그림은 그려지니까요. "아직 안돼요~" 하면서도 슛 들어가면 '뿅!' 하고 되더라고요.(웃음)

•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 대해, 많은 평론가들이 '반복과 차이에서 오는 삶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해요. 그런데 그것도 완벽하게 편집된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건데, 배우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이해하고 연기하는지 궁금해요.

  다른 배우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저는 이해하고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다른 배우들 촬영 분량을 전혀 볼 수가 없으니까요. 나중에 완성된 영화를 보고 "어? 저런 영화였어?" 하는 거죠. 그래서 전 대본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해도, 중요한 것 몇 가지를 마음속에 새겨놔요. 그것만 믿고 가는 거죠. 그게 연기하면서도 좋지만, 감독님이 주신 글들이 살면서도 참 필요하겠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것에 참 감사하고요. 그러다가 다른 배우들 분량이 합쳐진 덩어리로서의 영화를 보면, '아~ 감독님이 이런 얘기를 하시려고 했나?' 이런 생각이 들긴 해요. 
  
  그런 느낌을 가장 많이 받았을 때가 [옥희의 영화]였어요. 당시에 [내 깡패 같은 애인](2010) 막바지 촬영과 겹치는 바람에 기어가다시피 해서 현장에 갔는데, 촬영 현장이 어땠는지 정말 기억이 없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영화네? 내가 있는데 저게 영화네?'란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리고 그 영화에 내레이션이 많았잖아요. 홍 감독님 영화는 항상 그날 그날 내레이션을 따는데, 그걸 했던 기억이 전혀 없음에도 영화에서 제가 꽤 많은 분량의 내레이션을 했더라고요. (이)선균이 오빠랑도 시사 때 영화 보고서는 "야, 근데 영화 속에 우리가 있어. 이거 뭐야?" 이런 얘길 했던 것 같아요.

• 완성된 영화 [우리 선희]를 보고는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깊게 깊게 파라. 파다 보면 네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게 될 거야. 한계를 알면 네가 보여."(웃음) 이런 영화? 이렇게 정의 내린 영화는 아니지만, 이 말이 참 와 닿았어요. 영화에서 다들 충고 아닌 충고를 하잖아요. 우리도 살면서… 그런 '짓거리'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걸 하는데, 참 웃기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그런 걸 발견해서 영화로 만드는 감독님도 대단하다 싶고. [우리 선희]는 설명 없이도 각자 자기 식대로 편하게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 선희는 어떤 여자일까요? 영화에서는 세 남자의 관찰자 시점으로만 비쳐지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그 여자의 진실을 알 수가 없어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요.

  전 별로 안 궁금해요.(웃음) 처음엔 되게 싫었어요. "아~ 뭐야? 나쁜 X! 왜 저래?" 그랬는데, 어느 순간은 좀 부러운 거예요. 선희야말로 용감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든 세 남자가 관심을 가지고 예뻐해 주니 부럽기도 하고.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확신할 순 없지만, 그래도 마음이 있는 사람을 부를 수 있는 용기랄까. 찾아가서 "술 한잔 사주세요"라고 할 수 있는 용기는 부럽더라고요. 그 의도가 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보고 싶으니까, 만나고 싶으니까 갔겠죠.

• 영화에 "우리 선희는 내성적이지만 똑똑하고 안목도 있고 가끔은 용감하고…" 이런 대사가 나와요. 실제의 정유미 씨는 어떤지 물어보고 싶네요.(웃음)

  안목은 좀 있는 것 같아요. 하하. 내성적이진 않아요. 어떤 때는 똑똑한데, 어떤 때는 안 똑똑해요. 허당? 그리고 용감할 땐 용감한데… 잘 모르겠어요.

• 어떤 면에서 허당이라는 거죠?

  모르겠어요. 생각을 많이 하진 못해요.

• 많은 계획을 세워놓고 실천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들었어요.

  네. 계획을 세웠던 때도 있었는데, 계획대로 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자신감이 없어지는데, 그러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이 일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일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어떤 때는 "내가 해야지!" 하다가도 어떤 때는 "내가 어떻게 하겠어" 그러고. 이런 게 반복되다 보니, 사실 계획을 세운다는 게 지금 당장은 무의미한 것 같아요. 주어진 것을 생각하고 그것에 맞게 행동하다 보면, 계획에 맞게 움직여야 할 때가 오겠죠. 또 촬영할 때는 계획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그런 게 아닐 때는 좀 자유롭고 싶어요.

• 올해 드라마 [직장의 신]과 영화 [우리 선희] 그리고 개봉을 앞둔 [깡철이]까지 각각 성격이 다른 세 작품에 출연했어요. 시스템이나 규모가 달라지면, 그 안의 정유미 씨도 조금씩 달라지나요?

  상황이나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 보면, 거기에 맞게 달라지는 건 있어요. 하지만 연기할 때 마음가짐은 늘 똑같은 것 같아요. 운 좋게도 좋은 감독님, 스태프들을 만나서 좋은 것들을 얻으면서 배웠어요. 홍상수 감독님 작품은 그냥 편하고,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기긴 하지만 [깡철이]는 오랜만에 만나는 상업영화 시스템이라고 해야 하나? [깡철이]는 부산에 왔다 갔다 하면서 촬영했어요. 
  
  욕심 같아선 길게 호흡할 수 있는 역할을 맡으면 좋겠지만, 당장 저한테 그런 기회가 오지 않거나 그런 시나리오가 들어와도 내가 하고 싶지 않으면 못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다양하게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다음 일을 위해서라도 좋은 에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 [깡철이]는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됐나요?

  유아인 군이 출연한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그 동안 유아인 군과 무슨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좋지 아니한가](2007)를 같이 찍었잖아요. 그리고 세월이 지나서 유아인 군이 [완득이](2011)란 작품에서 아주 좋은 연기를 펼쳤잖아요. 제가 [완득이]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원작소설 못지않게 영화의 매력이 있고, 캐릭터들이 잘 살아있으니까요. 
  
  그런 영화를 찍는 사람들이 부러웠어요. 또 그런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고. 이 친구는 어떻게 변했을까, 어떤 연기를 할까, 혹은 내가 이 친구한테 뭔가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깡철이]란 영화가 참 궁금했거든요. 시나리오를 보니까 재밌었고, 당시에 그렇게라도 기회를 가져서 영화를 찍고 싶었어요. 솔직히 (분량이 적으니까) "왜 그걸 하냐"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전 그렇게라도 영화를 찍고 싶었어요. 다행히 현장 분위기가 참 좋아서 매 순간 감사했어요.

  
  
• 6년 만에 유아인 씨와 한 작품에 출연해 보니, 그 사이 어떻게 성장해 있던가요?

  뭐, 어떤 걸 해서 컸다기보다… 그냥 그때는 둘 다 어렸으니까요. 지금도 유아인 군이 동생이긴 해요. 그런데 [완득이]를 비롯한 몇 편의 작품에서 제 몫을 해냈고…. 배우는 연기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보이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모습이 좀 더 여유로워 보였어요. 서로 말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참 든든했어요.

• 유미 씨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어떤 배우인가요?

  예를 들면 [완득이]에서 유아인이 완득이 같잖아요. 그런 것처럼 나도 [우리 선희]에서 정유미가 아니라 선희 같을 수 있는 것?(웃음)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겠지만, 무리 없이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는 배우? 불편함을 주지 않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 드라마 [직장의 신] 얘기를 듣고 싶어요. 어떤 상황에서 그 작품이 찾아왔나요?

  조금 옛날로 돌아가자면, 전 [내 깡패 같은 애인]을 찍고 나서 어떤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은 게 제일 기뻤어요. [내 깡패 같은 애인]을 다들 잘 봐주시고 어느 정도 관객이 늘었던 것도 좋았지만, 이후에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내가 진짜 이런 것도 할 수 있겠구나, 내게도 이런 기회가 오는구나'란 생각에 더 기뻤어요. 
  
  그런데 그 영화가 진행이 잘 안됐어요. 그러면서 전 다운되고, 기회는 또 오지 않고…. 배우는 계속 연기를 해야 하고, 나는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채울 수 있는 건 현장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고맙게도 그 사이에 홍상수 감독님이 꾸준히 불러주시고, 선배님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길 들으면서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어요.

  
  
• 그때 영화 [도가니](2011)와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2012)도 만난 건가요?

  예. 그런데 저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사람들이 그 작품을 어떻게 보든, 제가 뭐가 부족한지 느끼게 되거든요. 그러면 또 그걸 다른 현장에서 하고 싶어요. 기왕이면 저도 많은 분량이 나오는 작품에 출연하면 좋겠지만, 당장 그런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지금 오는 기회들 사이에서 좋은 것들을 찾아야겠죠. 혹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오디션을 볼 거고요. 
  
  그런 사이에 [직장의 신]을 만나게 됐어요. (김)혜수 언니랑 같이 하면서, 배우로서의 태도를 배웠다고나 할까요? 그런 걸 언니가 직접 가르친 건 아니지만, 언니를 보면서 '내가 운이 좋아서 진짜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런 사람이랑 일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다운되지 않고 정말 좋았어요.

• 유미 씨는 운이 좋아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이제까지 맡은 캐릭터들을 보면 열심히 노력하는데 참 일이 안 풀려요. 예를 들어 [내 깡패 같은 애인]의 세진이나 [직장의 신]의 정주리처럼요.

  운이 없죠. 저는 걔네들보다는 운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다 자기 갈길 찾아가잖아요.

• 정주리처럼, 살면서 굉장히 열심히 노력한 적이 있어요?

  없어요.(웃음) 가만히 있었던 것도 노력이라면? 그런 노력은 해본 적 있어요.(웃음)

• 기다리고 버티는 걸 잘 한다는 말인가요?

  네. 포기하는 것도 잘 해요.(웃음) 그런 것도 노력이라면 노력인가? 부끄럽지만 그렇게 열심히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 그런데 왜 그렇게 연기가 하고 싶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아니면 자연스럽게 꿈을 키웠나요?

  밥 먹다가요.(웃음) 집에서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밥숟가락을 내려놓고 "나 서울로 좀 가야겠어. 여기서 될 게 아닌 것 같아" 이러면서.(웃음) 그때 재수한다고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뭔가 잘 안 됐나 봐요. 그냥 평범했거든요.

• 집에선 뭐라고 하던가요?

  황당해 하더라고요. 이야기에도 원래 시작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뜬금없이 "서울로 가야겠어" 하니 다들 너무 놀라서 뭘 물어볼 겨를도 없었어요. 재수할 때니 혼자 얼마나 생각이 많았겠어요. 집에선 "하고 싶으면 해보라"고 했어요. 해봐야 아닌 걸 아니까.(웃음) 그래서 서울로 왔어요.

• 서울로 와서는요?

  12월 초에 올라와서, 한 달 바짝 입시 공부를 해서 서울예술대학 영화과에 붙었어요. 사실 연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도 잘 알지 못했고, 이것저것 다 해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에 들어가야 하나 했는데, 학교에 들어가면서 아예 그런 생각이 사라졌어요. 여기서 사람들이랑 단편영화 과제를 하는 게 너무 재미있고 좋은 거예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더라고요. 저한테는 서울예대 영화과에 들어간 게 정말 인생의 큰 사건이에요. 거기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 친구들과 선배들을 못 만났을 거고, 영화를 찍는 재미도 몰랐을 것 같아요.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참 감사해요. 공부는 잘하지 못했지만 학교에는 꾸준히, 열심히 나갔어요.(웃음)

• 그러고 보니, 올해가 벌써 데뷔한 지 10년째 되네요.

  슬퍼요. 변한 게 없는데 10년이나 되었다고 하니까.

• 왜 안 변했어요? 필모그래피가 증명해 주잖아요. 이 정도면 다작한 배우가 아닌가 싶은데요.

  수로 치면 다작이긴 한데… 어느 시기에 몰려있어서 그렇지 쉴 때도 있었어요.

• 출연작들 중 특별히 정유미 씨에게 많은 에너지를 준 작품이 있나요? 연기 욕심이 많이 났던 시기의 작품이라거나.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그런데 [폴라로이드 작동법](2003)은 예외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되어야지.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한 게 아니니까요. 선배님 작품에 출연하는 데 의미를 뒀고, 찍었던 단편영화 중 이게 더 유명할 뿐이에요. 저한테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을 꼽자면, 아무래도 [사랑니](2005)가 아닐까 싶은데요? 학교에 들어간 것만큼이나, 저한테는 그 작품을 만난 게 큰 일이라고 생각해요. 크게 몇 작품 이야기하자면, [사랑니]랑 드라마 [케 세라 세라](2007)와 [로맨스가 필요해 2012] 같아요.

• [로맨스가 필요해 2012]는 어떤 면에서 그렇죠?

  [도가니]를 찍으면서 사실 갈증이 많이 났어요. 고맙게도 주인공을 시켜주셨고, 많은 관객들이 봐 주시기도 했지만, 저는 나름의 몫을 잘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현장에서 감독님, 배우들, 스태프들과 잘 지냈지만, 배우로서의 욕심이라고나 할까요? 주인공이라고는 하는데 뭔가 '그냥 있기만' 하는 느낌? 그걸로 거저 얻은 것도 너무 크고요. 근데 제가 할 일이 뭐겠어요? 저는 배우니까 연기를 하고 싶은 거잖아요. 
  
  그래서 다음에 하고 싶은 작품도 있었는데, 그게 잘 안 됐어요. [도가니]가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고, "잘했다"는 칭찬도 받았는데, 다음 작품과 관련해서는 잘 풀리지 않더라고요. 그 괴리가 컸어요. [직장의 신]의 정주리처럼 난 큰 걸 바라는 게 아닌데…. 그럼 내가 뭘 해야 하지? 내가 무슨 욕심을 부렸나? 이런 생각까지 가면서 자신감이 많이 없어졌어요.

• 그러다가 [로맨스가 필요해 2012]를 만났군요.

  예. 너무 좋았어요. 연기의 갈증이 해소될 것 같은 느낌? 분량이 아주 많으니까 고생을 할 것 같은데, 전 그 '고생'을 해보고 싶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정말 몇 개월 동안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밤새며 연기했는데, 그것도 전 행복했어요. 더워도 좋았어요. 잠을 못 자도 좋았어요.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으니까. 체력도 좋아졌는지, 나중엔 20분만 자도 눈이 번쩍번쩍 떠지는 거예요.(웃음) 그래도 괜찮았어요. 기다렸던 순간이니까. 내가 지금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같이 드라마를 찍고 있지만, 또 언제 이렇게 할지는 모르잖아요. 그래서 그 순간들이 저한테는 소중했고 큰 에너지가 됐어요. 
  
  무엇보다 떳떳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도가니] 같은 경우 "잘했어, 수고했어" 이런 소릴 들으면 "아이 뭘요.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 애들이나 공유 오빠가 다 했죠" 이랬어요. 겸손이 아니라 정말로. 그런데 [로맨스가 필요해 2012] 때는 "수고했어" 그러면 "아, 네. 저 진짜 열심히 했어요"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제가 참 좋았어요.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요.

• 앞으로 100부작 사극을 한 번 찍어보시면 어떨까요….(웃음)

  아니, 단순히 시간의 문제는 아니에요. 진짜 그렇잖아요. [옥희의 영화]만 해도 저 여섯 번 촬영하고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렸어요. 영화 한 편이 선물같이 주어졌죠,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까지 받았죠, 베니스영화제에도 갔어요. 정말 미치겠는 거예요.(웃음) 몇 개월 고생해야 꼭 영화나 드라마는 아니지만, 이것도 제 복이라고 생각하기엔 좀….(웃음) 그러면서 자꾸 '배우'라는 타이틀은 덧씌워지고. 내가 배우가 되고 싶은 건 맞지만, 한 것도 없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어요.

• 지난 10년간 계속 작품을 해오면서, 운도 좋았고 현장도 즐거웠다고 하셨는데요. 그 와중에 정유미 씨를 힘들게 한 건 결국 방금 말씀하신 그런 부분이었나 봐요.

  작품이 힘들게 한 건 없었어요. 그 사이의 어떤 간극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것과, 진짜 나에게 현실적으로 떨어지는 것 사이의 괴리 같은 거죠. 누군가는 내가 쉬고 있으면 "왜 그렇게 고르냐"고 해요. 고르는 게 아닌데…. 그렇다고 내 속사정을 다 얘기할 순 없잖아요. 그리고 골라야 하는 게 맞잖아요. 아무거나 할 순 없으니까요. 나는 연기할 때 내 에너지를 다 쏟고 싶은데, 그럴 만한 걸 만나려면 고르는 게 맞는 거잖아요. 쉽게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것저것 재느라 그런다고. 또 어떤 때는 마음이 맞아서 하려는 작품이, 투자 문제로 어그러질 때가 있고요. 그렇게 매번 달라지다 보니까, 오늘에 더 집착하는 것 같아요.

• 예전에 자신을 "과거에 쌓은 좋은 기운을 가지고 현재를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 기억이 나네요.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나요?

  네. 그게 어떤 식으로 쌓일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연기를 한다고 치면 항상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여기서 쌓았던 것들을 뭔가 단단하게 만든다면, 다른 걸 보여주는 데 보탬이 될 순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는 사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인데, 현장에서 선배들을 보며 배우는 게 있어요. 그들을 보지 못했다면 지금의 생각도 못했을 거예요. 다행히 저는 좋은 경험을 많이 했고, 누군가를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 마음이 또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란 기대는 있어요. 그게 정확히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생각들을 놓치고 싶진 않아요.

• 시도하고 싶은 작품들이 많을 텐데, 지금 어떤 작품을 기다리고 있나요?

  딱히 기다리는 건 없어요. 그때그때 내 상황을 체크해봐서 맞으면 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요. [직장의 신] 끝나고 애니메이션 대본을 받은 게 있어요. 인디스토리에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인데, 목소리 출연하기로 했어요. 그것도 1년, 2년 지나면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나도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고, 내 에너지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와는 또 다르잖아요.